동물을 아무 이유 없이 죽이거나 범죄에 악용하는 사례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한 처벌과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동물자유연대 트위터 캡처

[더팩트｜황신섭 기자] 동물을 별다른 이유 없이 죽이거나 범죄 도구로 악용하는 사례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동물을 하나의 생명으로 보지 않고 물건 정도로 여기는 그릇된 인식 때문인데 현행 동물보호법으로는 이런 현실을 바로잡을 수 없는 상태다.

사례1.충남 서산에 사는 A(55)씨는 지난 9월 13일 오전 8시 45분께 이웃집에 몰래 들어갔다.

그의 손에는 살충제를 바른 고기가 들려 있었다. A씨는 이웃이 기르던 진돗개에게 가져간 고기를 먹여 살해했다.

그 뒤 A씨는 이웃의 꽃신을 훔쳐 달아났다.

충남 서산경찰서는 최근 A씨를 절도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애꿎은 동물을 살해했지만 동물보호법의 처벌 수위가 워낙 낮은 탓에 형량이 더 무거운 절도죄를 먼저 적용한 것이다.

자신이 훔친 이웃집 애완견을 건물 옥상에서 던져 살해한 끔찍한 사건도 있었다.

제주 동부경찰서는 지난 2월 B(37)씨를 절도 및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 B씨는 지난해 10월 26일 오후 7시 30분께 자신이 살던 제주시내 한 건물 4층 이웃 집에 들어가 치와와를 훔쳤다.

그러나 B씨는 이웃 주민이 자신의 도둑질을 의심하자 훔친 치와와를 4층 옥상에서 던졌다.

치와와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정서적으로 둔감한 사람이 동물을 살해·학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분노와 스트레스, 불안감을 강한 상대에겐 표출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약한 동물에게 분출하는 심리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 교수는 “연쇄살인마 유영철 역시 동물 살해와 학대를 일삼았다”면서 “자칫 사람에게도 이런 분노를 드러낼 가능성이 큰 만큼 동물 살해범은 강하게 처벌하고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금을 타려고 멀쩡한 경주마의 눈을 멀게하거나 다리 등을 골절시킨 말 주인 2명이 검찰에 구속됐다./KBS 9시 뉴스 보도화면 캡처

사례2. 보험금 몇푼을 받으려고 동물을 일부러 다치게 만든 사례도 있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지난 8월 가축재해보험금을 노리고 경주마를 일부러 다치게 만든 말 주인 A씨(40)와 B씨(47) 등 2명을 사기 및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마필관리사와 짜고 경주마의 눈을 실명시키거나 다리 등을 골절시키는 수법으로 가축재해보험금 수천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경주마가 다칠 경우 한마리당 가축재해보험금 3000만원~4000만원을 주는 보험 제도의 헛점을 노린 것이다.

제주지검은 현재 이런 동물 보험사기 사건에 20명 정도가 더 연루됐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형주 동물자유연대 정책기획팀장은 “헌법이 동물을 생명이 아닌 재물로 규정하고 있는데다 동물보호법의 양향 기준도 너무 낮아 이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미국 등 다른 나라의 동물복지법은 동물 범죄자에게 정신치료를 명령하거나 징역형을 적용하는 등 엄벌에 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동물이 죽지 않으면 동물 학대로 인정하지 않는 현행 법도 서둘러 고쳐야 한다”면서 “동물도 사람처럼 소중한 생명인 만큼 사회 전체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